Zip car 해지
Zip car를 해지했다. 보스턴에 머물럿을 때 두번 이용했었는데, 머물던 숙소앞에 바로 zipcar 주차장이 있어서 매우 편리했었다. 아이들과 아내를 태우고, 장기하의 신곡을 들으면서 계곡에도 가고 Eric Carl museum도 다녀오고. 여러모로 유용한 서비스였다. 우버의 등장으로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보스턴같은 곳에서는 이용하기에 딱 맞는 서비스다. 

보스턴에서는 정말 즐거운일들만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열받아서 화낸 몇번을 빼곤 하루하루가 다채로왔다. 몸은 피곤했을지 몰라도 마음은 충만했던 시간들이었다. 아내도 두 아이의 육아로 지친 몇년 이후에 찾아온 오랜 휴가였을테고, 나도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매일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 어디든 걸어 갈수 있는 대중교통과 보도블럭. 세련된 사람들과 문화적으로 풍부한 도시. 저녁먹고 아이들 손잡고 나다닐 수 있는 안전한밤거리. 서울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그러나 휴스턴에서 누릴수 없던 많은 것들이 그곳에서는 가능했다. 산과 바다와 도시가 균형잡힌 곳, 아직 끔찍하다는 겨울을 보내지 않고, 가장 황금같은 시기만을 골라서 있다왔지만, 아이들을 아내와 함께 키우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돌아와서 자주 보스턴에 관련된 꿈을 꾸었다. 때로는 그곳에서 살기도 하고, 공부도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기도 하고, 전화를 받기도 하고. 매일밤마다 그곳에 관련된 무언가가 꿈에 나왔다. 아마도 오지 않을것을 아는 그 메일에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나보다. 잠에서 깨어날때마다 씁쓸하다. 
보스턴에 머무를 때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서 새벽마다 일어나 회사 인터뷰준비를 했었다. 떠나기 마지막 주 금요일, 인터뷰 ppt를 했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밥한끼, 커피한잔 안 건네는 차가운 팀장. 한시간에 걸친 인터뷰와 30분가량 이어진 ppt발표. 팀장은 내 발표를 중간에 멈추고서 몇가지 질문을 던지고는 나가버리고는 떠나는 나를 보지도 않았다. 나에게 기회를 줬던 CEO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회사를 떠났다. '다음주안에 결과를 말해줄께요.' 한주가 지나고 두주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메일을 보냈다. 다시 한주를 기다렸다. 소식이 없다. 다시 메일을 보냈다. 역시 소식이 없다. 장기하는 'ㅋ' 라는 문자라도 받았지, 나는 그냥 말그대로 씹혔다. 기분이 나빴다. 첫번째 메일은 궁금해서, 두번째 메일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억울함반 궁금한반의 마음으로 보내봤었다. 나름 힘들게 준비한 인터뷰였는데, 적어도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러나, 답장은 여전히 없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뜬금없는 메일을 보내보고는 오지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속 확인해보는 그런 상황이 몇주째 이어졌다. 결과는 알고있었으면서도.

어쩌면 다시 쓰게 될지 몰라서 Zip car 회원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오늘 회원자격을 해지했다. 하드웨어 전문가에 바이오포닥의 포지션인 내가 IT회사에 고객담당 엔지니어라니, 너무 멀긴하다. 나름 프로그래밍을 연습해왔다고 하지만, 진짜 전문가의 역량으로서는 한참을 모자란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그래도 뭔가 해보려했던건 이 팍팍한 삶에 뭔가 희망이라도 가져보자는 심정이었나보다. 보스턴에 자리잡은 지인들 처럼 아내와 아이들에게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을 주고 싶었던 그런 가장으로서의 욕심. 돌아온 아내가 휴스턴의 생활에 갑갑해 할때마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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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은 커녕 H1B 비자마저도 한참을 속을 썩혔다. 지난 주일은 내내 메일과 HR과 VISA office를 오가며 비자 일정을 확인해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담당자들마저 모두 휴가를 가버렸다. 다행히도 어제 월요일 오전안으로 서류가 도착할거라고 Fedex tracking이 말해줬다. 물론 그것도 정말 도착해봐야 도착한줄을 알긴 할테지만. Nobody knows. 이곳의 서류시스템은 언제나 내가 상상할수 있는 그 이하의 결과를 내놓는다. 결과적으로는 내일 아이들의 처음 동시등교를 무사히 마칠수 있게 되었으니 잘 된일이긴 하다. 다음주에 아내의 운전면허도 해결된다면 완벽한 일정인데. 그것 또한 Nobody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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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South Carolina에 있는 회사에서 offer를 받을지도 모르니, 그쪽으로 집중해봐야 겠다. 영주권이라도 준다면 그 곳 또한 나쁘지않을지도. 만약 이도저도 안된다면 H1B를 받고 바로 영주권을 신청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겠다. 엄청난 서류폭탄을 또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나 싶지만, 어찌되었건 이곳에 살기로 했으면 체류자격이야말로 첫번째 스텝. 피할수 없다. 






 
by 양사나이 | 2016/08/15 19:55 | 혼잣말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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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6/08/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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