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세상
아내는 요즘 목요일마다 뜨개질 모임에 나간다. 집과 도서관 사이만을 쳇바퀴 돌듯이 오가는 생활이 지루했었나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신선함에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즐거움이 같이 있다고 했다. 첫날 몇 줄 연습으로 뜬 작품을 흔들며 자랑하더니만 곧바로 버닝모드. 무엇을 뜰까, 무슨 색으로 짤까 고민하다 내손을 끌고 백화점에 다녀왔다.
영국이야말로 뜨개질의 본고장이었음을 이제서야 알았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뜨개질은 원래 바닷가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짜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뜨개질이란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자들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영국이 전쟁을 겪으면서 모자란 물자들을 대체하기 위해서 집에서 안 입는 스웨터들을 풀러 군인들의 겨울옷들을 짜서 보내기 시작한 이후로 여자들의 일처럼 각인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같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잘맞는 일처럼 보인다.
이제 아내는 꽈배기까지 넣을 줄 알고 목을 한번 감을 수 있을만큼 길이를 떴다. 가끔씩 빼먹는 코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젠 뜨개질 뜨는 폼도 제법이다. 실값에 노임까지 더하면 하나 사는게 더 낫겠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아내의 목도리는 점점 길어지고 나의 기대감도 함께 자라난다. 아무리 명품 목도리를 산다한들 세상에서 단 한사람만을 위해서 떠주는 목도리와 비교할 수 있을려구. (나는 자랑중 :-)
by 양사나이 | 2009/11/03 08:01 | 렌즈를 통해 본 세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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