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영국은 새로운 계관시인 (Laureate poet) 캐롤 앤 더피(Carol Ann Duffy)를 선정하였다. 10년마다 한번씩 있는 일인데다, 이번에는 유례없이 여성에, 레즈비언인 시인을 뽑아서 더욱 화제였다. BBC는 이를 맞아 시의 주간으로 정하고 매주 시인을 선정하여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꽤 보는 재미가 있다. 어제는 T.S. Eliot이었다. 한 젊은 코미디 작가가 나와 그의 삶에서 시가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자기가 결혼식 때 낭송한 시와 시인, 그리고 자기가 어릴적 T.S. Eliot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말해주었다. 그는 말했다. 삶의 어떤 순간에 하나의 시가 온몸으로 부딪혀 오는 순간이 있다고. 최근 일어난 사건을 통해 이 시를 알게되었다. 가슴이 팍팍할 때 마다 찾아 읽는다. -- 散文詩(산문시) <1>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莊子(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知性(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索(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大統領(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
1968년 유럽이 혁명의 열정으로 들끓던 그 해 시인은 먼미래 이런 대통령이 나타나길 꿈꾸며 이 시를 썼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를 잃었다. ![]()
|
카테고리
봄.봄.봄.
모퉁이만 돌면 기다리고 있을듯 이글루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감사합니다. Eboli님도..
by 양사나이 at 02:15 복분자, 목도리에 이은.. by Eboli at 01/06 답신이 늦었네. 왜이리 .. by 양사나이 at 12/23 마치 우리나라 IMF시절에.. by 양사나이 at 12/10 와...오랜만에 들어왔.. by 소형 at 12/10 라이프로그
포토로그
메뉴릿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