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핵융합발전 그리고 미국의 행보


지난주 BBC의 인기 과학프로그램인 Horizon의 주제는 수소핵융합발전이었다. 세계의 유수의 연구소들에서 수소핵융합발전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영국, 미국의 유수의 국가연구소들을 돌면서 지금 우리가 어디즈음 와있는지를 알아보는 프로였다. 수소폭탄과 같은 원리를 사용하는 수소핵융합 발전은 화력발전의 문제인 탄소배출이나, 원자력발전소가 안고있는 방사능누출등의 문제가 없는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효율에 있어서 늘 걸림돌이 되어왔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부분에서 한국의 차세대핵융합발전소가 나와서 더욱 즐겁게 보았다. 세계적인 연구소들을 소개한 이후 갑자기 아시아의 끝으로 날라가 낯익은 글자가 써있는 아파트단지를 지나 보여준 KSTAR(Korean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새롭게 만들어져 반짝였다. 위에 걸려있는 태극기의 위세에 눌려보이긴 했지만말이다. 새끈하게 생긴 전직 키보드연주자이자 그룹사운드의 일원이었던, 게다가 지금은 맨체스터대학의 천체물리학과 교수(prof.)인 -불과40에!- 진행자는 날렵하게 운동화와 화려한 티셔츠를 입고 소개했다. 그리고, 도열하여 악수하던 연구원들은 초췌한 모습들 일색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한국의 이공대생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차세대 토카막방식으로 레이저를 집적시켜 핵융합을 실현하는 미국의 LLNL과 경쟁하고 있다고 한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국가의 명운'에 눌려있을 그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프랑스에 건설될 세계적인 수소핵융합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적용될 가장 최신의 기술이라니 결과가 기다려진다.

수소핵융합발전처럼 엄청난 예산과 국가적인 역량이 집적되는 연구들을 '거대과학'이라고 부른다. 2차대전 미국이 최초로 원자폭탄을 발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가적차원에서 그런 거대한 물량과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스케일을 가진 국가가 미국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로스알라모스에 전국의 최고 과학자들을 모아놓고, 값비싼 실험과정들과 공업단지 수준의 거대한 우라늄 농축과정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작은아이'는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이후 이러한 거대과학들의 규모는 점점 커져서 결국 한 나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고 부담스러워져 버렸다. 그러다보니, 미의회에서 세계최대의 입자가속기를 만들려던 계획을 거부하기도 하고 국가들간에 위험을 분산시키는 협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각 나라들은 지금 당장 눈앞에 이익이 보이지 않더라도 국가적인 과학프로젝트가 미래의 국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임을 잘 알고 있다. 그일 들은 단순하게 발전소하나를 짓거나 망원경을 우주에 올려놓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과정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과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기술적인 발전들이 국가의 역량으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우주인을 쏘아올렸던 것 처럼 거대과학의 성취는 국가의 자부심과도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 인도, 이란들이 차례로 우주로 로켓들을 쏘아올리고 한국이 핵융합발전소 위에 거대한 태극기를 걸어놓는 것도 민족주의와 과학의 결합을 보여준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말이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과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와 국가의 자원이 과도하게 요구되는 현실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후 과학정책의 급격한 방향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노벨수상자이자 주요국가연구소인 로렌스버클리연구소장 스티브추를 에너지부의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서 기후변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미국의 예산안이 발표된 어제 국가연구소들을 거느린 에너지부의 과학프로그램들의 예산은 약20%정도 대폭적으로 증액되었다. 특히, 부시행정부 때에 엄청나게 삭감당하는 바람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좌초당했던 것에 비하면 1년만에 전혀 반대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에 지어질 수소핵융합발전소에 대한 분담금도 - 작년에 전액 삭감되었던- 어느 정도 복원되었고 생명과학이나 환경분야의 연구는 오히려 요청한 연구비보다 이상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예전에 삭감되었던 비용을 원위치 시킨것에 불과할지 몰라도, 오바마행정부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NIH와 NASA의 예산안도 주의깊게 살펴봐야겠지만, 분명히 미국의 과학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확보와 청정기술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듯하다. 스티브추박사가 오랫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강한 의견들을 개진해 온 것을 보아도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는 확고해보인다. 그들의 녹생성장이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척을 의미하는 것 같다. 우리처럼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땅파기로 해답으로 찾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일이다.

P.S. Horizon이 방영된 다음날 친구들이 모두다 놀란 것은 어떻게 그런 고에너지,고위험 연구소가 공업단지 한가운데에 지어질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말은 진행자도 중간에 잠깐 언급했던 말인데 그들의 상식으로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일인듯 하다. 사실, 한국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민들의 관대함과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정부가 투명하게 모든것을 공개하지 않았던 일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국가의 과학발전을 용인해주는 문화가 있기때문에 진행될 수 있었지않나 싶었다.

by 양사나이 | 2009/02/25 19:39 | 과학은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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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2/2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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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양사나이 at 2009/02/26 08:18
다음에 활동하던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말씀하신 곳하고는 다른 듯 합니다. 그래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02/26 21: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3/17 05: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양사나이 at 2012/03/26 13:10
동영상은 오래전이라 구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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