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부터 불어온 경제한파에는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의 높다란 성벽뒤에 몸을 낮추고 있다고 해서 피할수도 없다. 영국의 공공기관들과 학교들은 높은 이자를 주는 아이슬란드 뱅크에 많은 기금을 맡겼었다. 그러다, 그 은행은 파산했다. 정부가 나서서 원금이야 어떻게든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시의 재정에도 구멍이 났나보다. 800주년 기념이라고 떠들썩하게 모금하던 학교도 예전처럼 기금마련이 쉽지는 않은 듯하다. 시의 재정적 어려움의 불똥은 바로 학생들에게 튀였다. 시는 공세적이었다. 3년간만 학비를 내는 대학원 학생들은 대부분은 4년째를 넘겨 연구를 계속하거나, 논문을 마무리짓는다. 시는 4년차가 넘어가는 학생들에게 주민세를 내라는 통지서를 발송하였고, 학생들은 못내겠다고 버텼다. 그랬던 많은 학생들이 시에서 날라온 소환장을 받고 법원으로 불려갔다. 학교는 학생들을 대신해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지난 6월부터 날라오기 시작한 서류 때문에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마다 바닥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편지봉투가 보이면 뜯어보기 전 부터 미워졌다. 세금 면제신청을 다시하고, 학교와 교수님편지와 칼리지에서 서류를 떼다가 다시 제출했다. 그들은 일단 면제를 해주는 척 하다가 다시 세금을 부과했다. 너무 오랫동안 학생신분으로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와의 협의는 4년차 학생들까지만 면제신청을 받아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나는 기간을 넘겨가고 있었다. 다시 신청한 후 한달 뒤 부적격통지서가 날라왔다. 처음으로 세금을 내러가는 마음이 착찹했다. 모든 상황들이 내 등을 떠밀고 있구나 싶었다. 전화도 걸어보았지만 그들은 규정을 내세우며 전화를 이곳저곳으로 돌리더니 결국 서류를 제출하라는 말로 끝났다. 부적격 통지서에는 의의가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쓰여있었다. 문서로 가득찬 캐비넷의 장막뒤에 앉아있는 공무원들의 완고함은 막막해 보이기만 했다. 나는 항의하는 편지를 다시 써서보냈다. 서류에서 서류로 이어지며 민원인들을 빙빙 돌려대기만 하는 관청을 디킨스는 circumlocution office라고 불렀다. 너희들이 편지를 원한다면 기꺼이 써주마. 적어도 너희들을 조금이라도 더 귀찮게하고 시간을 잠시나마 뺐겠다. 두번이고 세번이고 라도. 치졸한 오기와 울컥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고, 다시 칼리지로 연구소의 비서에게로 서류수집 투어를 돌았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모두가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는 것. 주변상황은 부정적이었고 칼리지의 비서도 큰기대는 말라고 위로했다. 나는 다만 혹시라도 그들이 내 상황을 예외로 분류해준다면, 그들이 기댈만한 이유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필요할테니 이런 빌미로 거절되진 말자고 생각했다. 이유자체는 합리적이었고 (장비의 수리로 인한 실험의 연기), 그것은 나의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 예외적인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어쩔수 없었다구!) 고려해주삼, 이렇게 보내놓고 잊어버렸다. 오늘 아침 안경을 안 낀 흐릿한 눈으로 문가에 떨어진 편지를 보았다. 재생용지로 만든 편지봉투. "귀하의 의의와 신청하신 서류들을 검토한 결과 ....면제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적어도 1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매달 25만원이라는 거금을 절약한다는 기쁨도 컸지만, 강제로 세금을 내러가는 그 어두운 마음을 겪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였다. 하루하루 가라앉아가는 나날에 이 편지가 터닝포인트가 될까? 이제 기울기가 오르막으로 바뀌는걸까? 계속되는 우중충한 날씨속에 잠시 햇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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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모퉁이만 돌면 기다리고 있을듯 이글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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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뜨개질모..
by 양사나이 at 11/21 흠.. 상당히 솜씨가 좋.. by 수유 at 11/20 글쎄요.죄송하지만 잘 .. by 양사나이 at 06/25 그리움이 고통이 될 수 .. by ppp at 06/14 아..그렇네요. 지적해.. by 양사나이 at 02/27 라이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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